농작물에 비유해 보는 성도의 모습
자그마한 텃밭이지만 몇 가지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성도들을 이런 저런 농작물에 비유해보곤 합니다.
먼저 상추입니다. 상추보다 먼저 심는 완두콩과 같은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춥고 지루한 겨울을 지내고 가장 먼저 심는 작물이 상추입니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상업적으로 농사를 짓는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농사를 시작할 계절이 되면 땅의 색깔이 차가운 회색에서 따뜻한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여기에 상추를 심으며 봄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조그맣고 약해 보이는 상추모종을 심으며 이게 과연 잘 자랄까 하며 심지만 물만 잘 주면 뿌리를 내리고 금방 크게 잘 자라 식탁에 올라줍니다. 돼지주물럭이나 삼겹살과도 잘 어울리는 상추가 되겠습니다.
장마가 오고 비가 많이 내리면 싱싱한 상추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지만, 제일 먼저 땅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상추가 되겠네요.
겨울처럼 정체되어 있는 교회에 상추와 같이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성도들이 생긴다면 참 좋겠네요.
다음은 고추입니다. 약을 참 많이 주는 작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가 잘 될지 안될지 분간하기 힘든 게 고추입니다. 우리의 경우엔 붉은 고추를 만들지 않고 풋고추를 먹으려고 심지만, 저장용 붉은 고추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고추 농사를 제일 잘 짓는 집이 있는데, 그 비결은 매일 고추 밭에 약을 주는 것입니다. 그럴찌라도 탄저병이라도 돌면 고추 농사는 망치게 됩니다. 농작물 중에 가장 약한 게 고추라고 생각됩니다.
성도 중에도 고추처럼 약하고 병들기 쉬우며 예측하기 힘든 성도들이 있습니다. 고추에 약을 주거나 간격을 두고 심는 것과 같이, 미리미리 이런 성도를 위한 특별한 처방이 필요하겠습니다.
고구마입니다. 제 경우는 고구마보다도 고구마 순을 더 좋아하기에 고구마 순을 먹기 위해 고구마를 심습니다. 요즘은 고구마 순을 사먹으려면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무엇보다 고구마 농사의 장점은 심어놓기만 하면 내팽개쳐둬도 잘 자란다는 점입니다. 돌보지 않아 풀이 많이 자라도 땅 속에는 고구마가 잘 드는 편입니다. 안타깝고도 놀라는 점은, 풀을 봐주지 못하는 시골 사람들이 고구마를 심은 후에도 풀을 죽이려고 제초제를 준다는 사실입니다.
고구마와 같은 성도라면 목사가 염려할 게 없을 것입니다. 심을 때와 뿌리를 내릴 때까지만 두 세 번 물을 충분히 주면 농약이나 비료를 안 줘도 잘 자라는 고구마처럼, 알아서 일하고 스스로 열매를 맺어주니 참 마음이 놓이는 성도입니다. 고구마 전도법도 있듯이 전도의 열매도 줄줄이 맺는 고구마와 같이 달콤한 성도가 많았으면 좋겠군요.
다음은 마늘입니다. 모든 농사가 끝난 늦은 가을에 마늘을 심습니다. 종자 값도 만만치 않은 만큼 많은 수확을 기대하며 심는 작물입니다. 다만 심은 것의 최대 5~6배의 수확이라는 제한이 따라붙습니다.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봄에 파릇파릇 싹이 올라오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신기합니다. 마늘처럼 추운 고난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초여름의 풍성하고 뿌듯한 수확을 가져다 주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드러내지 않고 봄을 기다리는 성도의 모습이 귀합니다. 마늘을 수확할 때가 가장 보람된 것은 춥고 추운 겨울을 잘 견딘 작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콩입니다. 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군요. 가장 믿을 수 없는 농작물이 콩입니다. 콩은 풀이 한참 무성한 시기에 심기 때문에 먼저 제초제로 콩 심을 데를 초토화시킨 후에 심습니다. 제일 웃기는 얘기가 요즘 제초제는 순하다나 약하다나 뭐 그런 말입니다. 번식력 강한 풀이 새빨갛고 누렇게 죽을 정도인데 거기에 심는 콩이 안전하다는 생각은 참 허무합니다.
농토는 농부가 다 망가뜨리고, 바다는 어부가 다 망가뜨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밭에 농약과 제초제를 너무 많이 뿌립니다. 참 걱정입니다. 약을 안 주는 우리 밭으로 각종 벌레와 뱀이 몰려들지만 약을 줄 수는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초제로 풀을 없애고 제초제에 강한 종자를 심어도, 제초제를 안 준 우리 밭의 농작물만큼 잘 자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제초제를 안 준 우리 밭의 콩은 백 배 이상의 수확을 가져다 주는 성경적(?) 작물입니다. 콩 농사가 좋은 점은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을 수 있고, 콩국수를 계속 먹을 수 있고, 서리태라면 밥에도 둬먹고, 다시 종자로 심으면 또 다른 수확을 가져다 주는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콩과 같은 성도는 목사나 교회와 오랫동안 함께하며 대를 이어 섬기는 성도라 하겠습니다. 어떤 씨간장은 백 년 이상 된 것도 있더군요. 백 년은 그만두고 수 십 년이라도^^
이런 성도와 가정이 많아지면 교회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는 교회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