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을 올린 것입니다.
교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수원에 있는 유명한 침례교회 여전도회에서 개척교회 방문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 교회를 방문하고 돌아갔습니다.
그 여전도회 임원 중 한 사람이 우리 사모와 친구였기 때문에 방문하게 되었다는군요. 손님들이 오신다니 사모는 손수 교회를 짓느라 바쁜 와중에도 정성껏 준비를 했습니다.
도착한 여전도회원들은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고 아직 마무리가 덜된 예배당이었지만 들어가 기도할 생각이 들지 않았나 봅니다. 그냥 사택으로 직행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모가 준비한 점심을 먹은 후 한참 수다를 떨더니 텃밭에서 담근 김치를 나눠 싸들고는 황급히 떠나버리고 말았네요.
말로는 봉사하러 나온다고 하더니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전도지가 아직 없으니 교회 주보라도 들고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 갈 줄 알았는데…
소풍 나오신 여전도회원들 때문에 하루 일만 손해보고 말았습니다.
그 분들이 돌아간 후 들려온 얘기는 이겁니다. 자기들은 비가 샐 정도로 어렵고 힘든 개척교회만을 돕는다고…
사택에 들어와 보니 원목 식탁이 있고, 좋아보이는 도자기로 밥을 먹고 나니 부유한 개척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식탁은 제가 손수 만든 것이고, 그릇은 집을 줄이는 성도가 쓰던 것을 교회에 갖다 놓은 건데 말이죠.
그냥 웃고 말았지요. 사모는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가난하고 구차해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좋으냐면서요.
웬지 모르게 조직의 쓴 맛을 본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선택해 시혜를 베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척교회 목사의 컴플렉스는 아닙니다.
주위에 규모가 큰 대형교회를 다니면서 은근히 자랑하고 큰 소리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친인척이나 친구인데도 개척교회 목사 앞에서 그런 언행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런 예가 좋을지 모르지만, 대기업 다니는 조카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작은 아버지 앞에서 폼잡는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큰 교회 구성원인 것이 권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성도들 숫자가 목사의 권력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크기와 숫자에 중점을 두다보면, 성도들은 큰 교회만을 찾고, 목사는 무리해서라도 그것을 키우려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너희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그이가 큰 자니라”(눅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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