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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단상

교회 이전 이야기

 

목회자의 무덤이라 불리우는 C시에서의 교회 개척은 11주 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모와 가깝게 지내던 K의 권유로 연고도 없는 곳으로 내려가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K의 가정을 포함하여 5가정이 모여 있다는 얘기만 듣고 내려가 교회를 개척하게 된 것이었죠. 그런데 바로 문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K가 5가정에 대한 프리미엄 5백 만원을 요구했고, 저희는 거절했습니다. 11주 만에 5가정은 나오지 않았고, 10주 동안 모아 두었던 헌금 3백 만원도 자기들끼리 나눠갖고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K의 오빠라는 사람이 맡은 교회 인테리어 공사는 350만 원 견적을 내 놓고는, 정확하게 두 배인 7백 만원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뜯어가기도 했지요. 후일 교회를 이전하면서 후임자가 없어 철거를 하다가 놀라 자빠지기도 했습니다. 처음 공사할 때 인테리어 폐기물과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 전부를 강단 밑과 유아실 밑에 전부 넣고 막아버린 것을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 강단에서 설교한 목사로 기네스 북에 기록되지 싶습니다. 당연히 철거비도 80만 원 견적에서 200만 원으로 늘어났구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열심히 전도했지만, 전도의 열매는 크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몇 몇 가정만 붙여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도 특정 지역을 향해 회개치 않음을 책망하신 바 있습니다(마11:21,눅10:13). 지역에 따라 복음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차이가 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상가 건물 임대차 기간이 끝나가기 전 저희는 전도하던 가정들 중에서 한 가정이라도 교회에 나오면 임대료가 크게 부담되는 건물이었지만, 계약을 연장하리라 마음먹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정한 12월 말까지 전도 대상자들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교회를 옮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기도 제목을 바꿔 상가 건물이 아닌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주시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임대 기간 동안 낸 임대료가 임대보증금과 맞먹는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몇 년 지나면 교회 재정이 바닥나겠다 싶었습니다. 동시에 교회에서 가까운 지역부터 찾아다니기 시작했지만, 땅 값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운더리를 넓혀 점점 북쪽으로 북쪽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꼈지만, 역시 가지고 있는 5천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사택으로 쓸만한 집이 있는 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다시 바꿨습니다. 주님! 5억짜리 같은 5천 만원짜리 땅을 주옵소서!!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종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집 사람이 그리도 원하던 전원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경기 남부의 수도권으로 옮겨주셨습니다. 사택으로 쓸 구옥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사택 옆의 작은 공간에 예배당을 지으려고 이리저리 알아 보았지만 건축비가 만만치 않게 나오게 생겼습니다. 샌드위치 판넬로 지으려해도 평당 120만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사모는 작아도 예쁘게 지어야 한다고 닥달하고, 가진건 없고 참 사면초가였습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제가 직접 지으면 좋겠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봐 두었던 목조주택 학교에 50만 원을 내고 등록을 해버렸습니다. 일단 저지르자. 이론도 못배우고 급히 배우는 실습과정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건축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개 집도 안 지어 본 사람이 어떻게 건물을 짓는단 말인가. 다행히 C시에서 배운 목공 DIY 는 나무를 만지는데 약간의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교회와 사택의 모든 집기와 가구는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10평 크기의 예배당이지만, 하나님의 집은 사람이 짓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체험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것에 맞춰서 때를 따라 꼭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목조주택 학교의 동기생들은 기름값 한 푼 못드렸는데도 먼 거리를 달려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나님! 그들에게 복을 주소서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4개 월 간의 공사가 끝나고 아담하고 예쁜 예배당이 세워졌습니다. 손수 새긴 교회 현판을 걸고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자,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노방전도보다는 알게 된 사람들 위주로 전도를 했는데, 여러 가정이 등록을 하고, 기도 많이 하시는 훈련된 권사님도 동네로 이사오셔서 등록을 하시고 모든 공예배에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전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더 큰 예배 장소를 놓고 기도하고 있으니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 마음의 소원을 주셨으며 그 입술의 구함을 거절치 아니하셨나이다(시21:2).

 

지금도 C시에서의 개척을 생각하면 가슴이 탁 막힙니다. 그럼에도 짧은 광야 길을 잘 지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광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곳이라더니, 광야 길을 걷는 동안 말씀을 깊이 묵상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 교회의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감동을 주셔서 쓰게 되었습니다. 어느 교회 어느 목회자에게라도 저의 부족한 간증 겸 경험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